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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nuance>
색을 빼면 남는 것이 있다. 호미곶의 새벽. 사람들이 모이기 전 상생의 손. 카운트다운이 끝난 뒤의 박수. 누군가의 휴대폰 화면에 잠시 머물던 불꽃 한 송이. 이 작업은 무대 위가 아니라 무대 옆을 본다. 미디어파사드가 진행되는 거대한 순간이 아니라, 그 직전과 직후에 사람들 얼굴에 머무는 빛. 흑백은 결정이 아니라 거름이다. 색을 덜어내면 표정이 남고, 표정을 덜어내면 결이 남는다. 결까지 덜어낸 그 자리에 뉘앙스가 있다. 상생의 손과 등대 위 생성형 이미지도, 무대 위 퍼포먼스도 주인공이 아니다. 26년이 오기 직전, 사람들이 숨을 멈추는 0.3초의 호흡. 이번 작업은 기록이 아니라 잔향이다.
